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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돌아왔다! 크앙의 ‘차이나조이’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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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도시 상하이(魔境都市 上海)”

오래전부터 게임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단어가 떠돌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 상하이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 출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표현하는 단어죠. 오죽하면 ‘차이나조이’ 출장은 징벌적 출장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입니다. 실제 매년 차이나조이에 끌려가는 모 기자분은 ‘차이나’ 라는 얘기만 꺼내도 초점을 잃고 식은땀을 흘리며 코마 상태에 빠져들곤 합니다(거짓말).

정말 ‘차이나조이’ 출장이 힘드냐구요? 사실, 크앙 기자는 이제껏 ‘차이나조이’ 출장을 미꾸라지처럼 쏙쏙 잘 피해왔습니다. 때로는 선배 기자를, 때로는 후배 기자를 제물 삼아서 말이죠. 그러나 결국 제게도 그 때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2017년, 중국 게임의 기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센 해. 저는 ‘니 하오’와 ‘니 취 팔러마?’ 두 가지 중국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중국 상하이로 향하게 됐습니다. 패기 넘치는 상하이 출장이 결정된 이유는 이토록 단순했습니다.

배낭여행 경험자? 상하이에선 햇병아리

‘차이나조이’ 개막 하루 전인 26일(수) 오후. 크앙 기자는 2시간의 비행을 거쳐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상하이에서의 첫 일정은 호텔까지 잘 찾아가서 체크인을 하는 겁니다. 어느 나라를 가던지, 첫 번째 관문인 ‘숙소 찾아가기’죠.

사실 상하이는 숙소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이 잘 깔려 있거든요. 세상엔 공항에서부터 사기를 치려는 택시기사와 씨름해야 하는 곳이 훨씬 많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축복입니다! 심지어 지도 어플로 검색한 결과,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쭉 가면 갈아타지 않고도 바로 호텔 근처 역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때마침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상하이 지하철 표 파는 기계가 바로 앞에 보입니다. 하하하! 배낭여행 경험자인 저로서는 이거 너무 간단해서 여행 할 맛이 안 나는군요!!

공항에서 나오자 바로 앞에 지하철 티켓 자동판매기가 있다, 럭키!
▲ 공항에서 나오자 바로 앞에 지하철 티켓 자동판매기가 있다, 럭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 그럼 목적지를 선택하고 돈을 넣겠습니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표가 나옵…… 어라? 왜 지폐가 도로 나오지? 지폐 상태가 안 좋은가…? 다른 지폐를… 어라??

그렇습니다. 이 표 판매기는 투입 가능한 지폐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5, 10, 20, 50위안은 사용할 수 있지만, 최고액 화폐인 100위안(한화 약 16600원) 지폐는 쓸 수 없습니다. 때마침 한국에서 환전해 온 중국 돈은 전부 100위안 지폐… 할 수 없이 잔돈을 바꿔야겠는데, 우째 기계만 가득하고 사람이 표를 파는 창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근처 KFC로 가서 8위안 짜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잔돈을 얻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기내식을 먹어서 배도 안 고팠어요. 그냥 KFC 직원에게 돈 바꿔달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공식 창구도 아니고 그냥 돈 바꿔달라고 말하는 건 비매너인 것 같아서… 어쨌든 잔돈이 생겼으니 지하철 표를 사야죠. 잔돈을 넣으니 스무스하게 일회용 교통카드가 나옵니다. 의기양양한 표정이 절로 지어지네요. 이제 지하철 타러 개찰구로……

응…? 왠지 개찰구 바로 옆에 직원이 상주해 있는 창구 같은 게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현지인이 그 사람에게 100위안 지폐를 내밀고 잔돈으로 바꿔 가네요? 하… 하하... 역시 마경도시 상하이, 시작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크흠)

기껏 KFC에서 비싼 아이스크림 사 먹고 잔돈을 바꿨는데...
▲ 기껏 KFC에서 비싼 아이스크림 사 먹고 잔돈을 바꿨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개찰구 바로 옆에 돈 바꿔주는 창구가 떡하니 있네!
▲ 개찰구 바로 옆에 돈 바꿔주는 창구가 떡하니 있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택시, 택시, 택시이이이!!!

제 숙소는 ‘차이나조이’가 열리는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걸어서 45~50분쯤 걸리는 위치였습니다. 못 걸어갈 거리는 아니지만, 습하고 더운 상하이 날씨를 뚫고 걸어다니긴 쉬운 일이 아니었죠. 지하철이 있긴 하지만 역까지 거리도 있고 환승 시간을 합하면 걸어가는 시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날 사전탐방 때는 택시를 타고 왕복했습니다. 택시로 가니 시간은 5분, 요금도 기본요금 정도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빠르고, 쾌적하고, 값도 비싸지 않고. ‘역시 택시가 답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더랍니다.

다음 날. ‘차이나조이’가 개막하는 목요일 아침. 저는 8시쯤 호텔에서 나왔습니다. 이 날은 오전 9시에 스케쥴이 있었는데요, 택시로 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나름 괜찮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아침 시간에 택시가 죽어라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겪기 전까지는 말이죠. 호텔에서 잡아주는 택시는 이미 ‘차이나조이’ 회장으로 가려는 전세계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40명 가까이 대기하고 있고, 바깥을 지나다니는 택시는 이미 사람이 타 있거나, 제 외침을 무시하고 쌩 지나갑니다. 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고, 걸어가기엔 이미 늦었고… 미칠 것 같았어요.

행사 개막 시간은 다가오는데... 택시는 안 잡힌다
▲ 행사 개막 시간은 다가오는데... 택시는 안 잡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 와중 택시 한 대가 제 눈 앞에 섰습니다. 반가워하며 타려고 하자 조수석 쪽 창문만 슥 내리네요. 기사분이 뭔가 중국어를 하시는데, 알아듣진 못했지만 목적지를 말하는 것 같아서 미리 적어놓은 ‘신국제엑스포’ 한자를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택시기사, 뭔가 고심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딱 봐도 출근시간대에 단거리 손님을 태우고 싶지 않아 하는 느낌이었어요. 찰나의 침묵이 지나고, 기사 아저씨가 핸드폰에 뭔가를 써서 보여줍니다.

‘60’

설마 60위안(한화 약 10,000원)이라는 걸까요? 참고로 어제 신국제엑스포까지 택시비는 고작 14위안(한화 약 2,300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네 배가 넘는 초바가지 요금이죠. 그런데 어떡해요. 9시는 다가오고 있고, 스케쥴 펑크 내면 게임메카 남박사님의 불호령이 떨어질테고… 그렇게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택시 기사는 더 이상의 흥정 없이 떠나가려는 기색이었습니다.

“오케이! 오케이! 식스티 콜!”

결국 저는 ‘식스티 콜’을 외치며 따따따블의 택시 요금을 감수하며 신국제엑스포로 향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슬픈 기자의 숙명일까요? 택시비 1만원이면 한국에서도 꽤나 중거리 이동이 가능한데, 역시 마경도시 상하이.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습니다.

14위안 거리를 60위안 주고 이동하다니... 부들부들
▲ 14위안 거리를 60위안 주고 이동하다니... 부들부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택시와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후 4~5시경. 차이나조이 1일차 행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바가지를 쓰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와 함께 바깥으로 나온 저는… 신국제엑스포 회장 바깥을 가득 메운 인파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택시 잡는 사람만 어림잡아 백 명은 훨씬 넘겠더군요. 그 와중에서 마경도시 상하이의 택시기사들은 장거리 승객만 쏙쏙 골라 태우는 얌체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5분 기본요금 거리를 가는 외국인을 태워줄 리가 만무하죠.

그렇다면 지하철이라도 타겠다! 라는 마음으로 지하철 역으로 항했습니다. 하루 종일 공항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신국제엑스포 홀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너무 아팠기에, 도저히 걸어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지하철 역 역시 세기말 피난처를 방불케 하는 인파로 북새통이었습니다. 역 안은 고사하고, 입구 바깥까지 사람들이 수백 명씩 줄을 서 있었어요. 마치 월드컵 당시 시청역 앞 풍경과도 같았습니다. 결국 지하철도 포기한 저는 무거운 장비를 메고 지친 다리로 50여 분을 걸어와야 했습니다. 참고로 이 날, 제 걸음 수는 3만 4천 보를 넘었습니다…

택시 타려고 도로로 나왔는데, 이건 뭐 답이 없다
▲ 택시 타려고 도로로 나왔는데, 이건 뭐 답이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참고로 지하철 연결 통로도 이 모양...
▲ 참고로 지하철 연결 통로도 이 모양...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결국 한 시간 가까이 걸려서 숙소로 걸어갈 수밖에....ㅠㅠ
▲ 결국 한 시간 가까이 걸려서 숙소로 걸어갈 수밖에....ㅠㅠ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못 들어가! VS 경비님 제발요!

사실 해프닝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첫 날 입장에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이죠. 저는 기자인지라 취재용 출입증을 발급받아서 회장에 입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출입증 발급 창구는 입구 역할을 하는 W5홀에 있죠. 그런데 문제는 W5홀 바깥에서 발생했습니다. 어쩐 일인지 W5홀로 가는 길을 경비들이 가로막고 있는 겁니다. 자세히 보니 목에 뭔가 출입증 같은 걸 걸고 있는 사람 외에는 되돌려 보내집니다. 저 역시 줄을 서 봤지만, 경비의 가혹한 손길에 가로막혀 입장하지 못하고 축객령을 받고 말았습니다.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중국어는 안 되므로 번역 어플을 사용했죠. 여길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니 저 멀리 있는 또 하나의 출입구를 가리키며 저기로 가라고 합니다. 일단 경비가 시키는 대로 가 봤습니다. 그 곳에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 서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곳은 일반 관람객들이 입장하는 1번 출구. 제가 처음 갔던 곳은 관계자 및 VIP 초대 유저가 입장하는 2번 출구더군요.

순간적으로 여긴 제가 들어갈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일단 입장권을 받아야 하는 W5홀과는 정반대 방향에 있었고, 줄의 끝에는 입장 통로가 아니라 일반 관람객을 위한 매표소가 있었거든요. 결국 처음 들어가려고 시도했던 2번 출구로 다시 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비가 가로막는군요. 출입증을 홀 안에서 받아야 하는데, 출입증이 없으면 홀 입장이 불가능하다니. 이거, 중국식 수수께끼?

결국 크앙 기자는 경비 아저씨에게 사정사정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영어가 안 통해서 번역 어플로요. “나는 한국에서 온 게임 기자다. 주최측에서 말하길 W5홀로 가면 출입 기자증을 준다고 했다. W5홀은 저 안쪽에 있다. 나는 저 안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몇 명의 경비를 거치자, 비로소 그들은 선심 쓰듯 저를 안으로 들여보내 줬습니다. 정말이지, ‘지스타’ 입장 시스템이 이토록 그리웠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들의 난해한 설명에 뺑뺑이를 돌다가....
▲ 경비 아저씨들의 난해한 설명에 뺑뺑이를 돌다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정사정한 끝에 티켓 발매 카운터까지 갈 수 있었다... 멀고도 험난하구나!
▲ 사정사정한 끝에 티켓 발매 카운터까지 갈 수 있었다... 멀고도 험난하구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코스프레 행사를 기대했는데...

'차이나조이' 회장에는 독특한 홀이 하나 있습니다. C.A.W.A.E(Comic & Animation World Amazing Expo)라고 이름붙여진 홀인데요, 이름대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특화된 기업 부스가 모여있는 홀입니다.

참고로 이 홀에는 기업 부스도 있지만, 중앙에 커다랗게 공연장이 있어요. 이 곳에서 코스프레 행사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회장 내에 고품질 코스프레를 한 일반인들이 많았는데, 이 공연에 서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하는 기대를 안고 코스프레 행사장에 찾아갔습니다.

행사장에 가자, 그 곳에서는 화려한 쇼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관중석은 이미 관람객들로 꽉 차 있었고, 무협 복장을 한 사람들이 각종 화려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었어요. 장관은 장관이었습니다. 다만, 이 쇼가 코스프레 쇼가 아니고 무협 연극이었다는 것만 빼고요.

코스프레 행사를 빙자한(?) 무협 연극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뭔가 다른 게 나오지 않을까 하고 약 30여 분을 기다렸는데, 중국식 연극만 진행되더군요. 결국, 크앙 기자는 주최측이 코스프레 행사와 연극을 착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블리즈컨 뺨 치는 고품격 코스프레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애석하네요.

C.A.W.A.E. 홀에 있는 거대 코스프레 행사장 무대에 가 봤더니...
▲ C.A.W.A.E. 홀에 있는 거대 코스프레 행사장 무대에 가 봤더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중국식 무협 연극만 계속된다. 결국 코스프레 행사는 구경도 못 했다는 이야기
▲ 중국식 무협 연극만 계속된다. 결국 코스프레 행사는 구경도 못 했다는 이야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리보다 앞서가는 인프라… 국민성은 아직 개발 중

‘차이나조이’를 취재하며 느낀 것은, 상하이의 인프라가 듣던 것보다 선진국이라는 겁니다. 이를 가장 먼저 느꼈던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냉방입니다. 사실 예전부터 ‘차이나조이’는 ‘사우나조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죠. 40도에 육박하는 상하이 날씨 탓도 있지만, 회장 내 부족한 냉방시설 탓도 큽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커다란 홀에 영업용 에어컨이 한두 대씩밖에 없어서 그야말로 바깥의 40도 더위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찜통’을 방불케 했다고 해요. 심지어 인파가 너무 많이 몰리면 관객들의 자연스런 퇴장을 유도하기 위함인지 그나마 있던 에어컨마저 끄는 만행까지 저질러졌다고 하니,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해, 직접 체험해 본 차이나조이는 말처럼 ‘사우나조이’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바깥 온도는 더웠지만, 적어도 회장 내부는 시원했어요. 초대형 에어컨이 회장 내 몇 군데씩 설치돼서, 일부 지역에선 살짝 추울 정도더군요. 더운 날씨는 어쩔 수 없지만,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개선한 것 같아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점은 아무 데나 세워두고 아무 데서나 탈 수 있는 공용 자전거입니다. 역 앞이건 동네 거리건, 똑 같은 색상의 자전거가 거리마다 쭉 늘어서 있더군요. 인상 깊은 점은 딱히 자전거 정류소도 아닌 곳에 자전거들이 주차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게 뭔가 싶어 유심히 지켜보니, 자전거에 부착된 QR 코드를 앱으로 찍으면 뒷바퀴 잠금 장치가 원격으로 풀리고, 다 사용한 후에는 아무 데나 자전거를 세운 뒤 앱으로 잠그면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따릉이’ 등 공용 자전거가 부쩍 늘어났는데, 상하이의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보다 한 발 진화한 형태인 듯 합니다. 자전거를 찾거나 반납할 때 지정된 정류소를 찾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자전거에는 GPS가 설치돼 있어 어플로 간편하게 위치 확인 가능하고, 심지어 몇몇 자전거는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 자전거라 먼 거리도 힘 안 들이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미래의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네요


▲ QR코드가 부착돼 있어 아무 데서나 대여&반납이 가능한 상하이 자전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상하이가 우리보다 미래를 살고 있다는 느낌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차이나조이’ 회장에서 만난 많은 게임 콘텐츠들이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먼저 서비스되더군요. 중국 개발사 게임이야 그게 당연한 거지만, 해외 업체들까지도 중국을 1티어 국가로 선정하고 전략을 펼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HTC는 중국에서 판매할 독립형 VR 기기를 ‘차이나조이’에서 발표했고,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중국 개발사들을 상대로 초대형 인큐베이팅을 실시해 그 결과물을 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중요시 여기는 것을 보니, 상대적 소외감이 느껴졌습니다.

반면, 이 같은 인프라와 환경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시민의식 부문에서는 아직 발전이 많이 필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침에 만났던 승차거부를 밥먹듯 하는 택시기사들부터, 공공 장소에서 배를 까고 다니는 사람들, 길거리에 아이 오줌 뉘이는 아주머니 등을 실제로 목격하니 우리는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차이나조이’ 행사장에서도 무대에 올라가서 진행 요원에게 뭔가 억지를 부리는 아저씨, 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먹은 후 아무 데나 버리고 가는 관람객, 게임 시연 줄에 아무렇지도 않게 새치기를 시도하는 일부 중국인들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뭐, 예전에는 더했다고 하니 차츰 나아지는 과정이겠죠.

스마트폰이나 PC 연결이 필요없는 독립형 VR 기기를 '차이나조이'에서 발표한 HTC
▲ 스마트폰이나 PC 연결이 필요없는 독립형 VR 기기를 '차이나조이'에서 발표한 HTC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더운 날씨에 배를 까고 다니는 남성들이 유난히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신이 먹은 자리를 잘 치우지 않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 자신이 먹은 자리를 잘 치우지 않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무튼, 살아 돌아왔다!!

그렇게 4일 간의 ‘차이나조이’ 취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습니다. 습도만빵에 30도 중반(이것도 예년에 비하면 꽤 낮은) 온도를 자랑하는 상하이에 있다 보니 어느새 몸이 현지에 걸맞게 적응해 버린 것이죠. 오늘은 한국도 폭염주의보였는데, 햇빛만 피하면 선선하지 않냐는 얘기를 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하기도 했습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상하이에서 한 가지 얻어온 것이 있습니다. 무슨 거창한 교훈이나 마음가짐 같은 게 아닙니다. 바로 ‘살’입니다. 상하이에서 매일 조식 뷔페니, 동파육이니, 딤섬이니 하며 파티를 벌였더니, 5일 동안 체중이 2.5킬로가 불어 있더군요. 그 동안 어떻게 뺀 살인데!! 상하이… 여러 모로 무서운 동네였습니다. 무사히 살아온 것에 기뻐하며 이만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내년엔 상하이 놀러 가세요!

동파육


▲ 이런 것만 먹고 다니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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